[/리메이크] 2014년 8월의 기록: 군대와 폭력, 그 비정상적인 공존에 대하여
작성일자: 2014년 8월 13일 (임시 저장된 글을 2026년에 다시 다듬음)
난 2008년에 전역했지만, 당시 이게 시끄러운 사건이 있었던 걸로 보여.
1. 찰나의 손길이 남긴 긴 트라우마
나는 평소 친구들과 딱밤 맞기나 손목 때리기 같은 가벼운 장난조차 즐기지 않는다. 누군가를 때리고 맞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성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 군대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는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손이 올라가 후임의 머리를 쳤던 그 짧은 찰나, 나 자신조차 경험해보지 못한 내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상황이 종료되자마자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지만, 그 기억은 오히려 나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전역 직전, 계급장이라는 벽을 떼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다시 한번 사과를 건넸을 때 그 친구는 정작 기억조차 못 하고 있었지만, 나에게 그 사건은 내 군 생활 중 가장 부끄러운 기록으로 박제되어 있다.
2. 폭력을 조장하는 구조와 개인의 책임
내가 굳이 이 부끄러운 과거를 꺼내는 이유는 당시 내가 느꼈던 두 가지 확신 때문이다.
폭력을 조장하는 환경: 평생 사람 한 번 쳐본 적 없는 사람조차 손이 먼저 나가게 만드는 분위기가 군대 안에 존재한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을 넘어,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방조하는 군대 특유의 비정상적인 문화가 만들어낸 구조적 산물이다.
학습된 폭력의 무서움: 평소 사람을 때려보지 않은 사람은 일방적인 폭행을 가하지 못한다. 태권도를 배우며 경기 규칙 안에서 상대를 타격해본 경험은 있지만, 지위와 힘을 이용해 타인을 억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의 문제다. 즉, 군대 내에서의 가혹행위는 군 시스템의 잘못 이전에 개인의 악성(惡性)이 발현된 결과이기도 하다.
3. 10년이 지난 지금의 단상
이 글을 처음 썼던 2014년 8월은 군 내 폭력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던 시기였다. 당시의 나는 분노와 당혹감이 뒤섞인 상태로 이 글을 써 내려갔다.
시간이 흘러 다시 이 글을 보니 맥락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때 느꼈던 '나 자신에 대한 실망'과 '비정상적인 조직 문화에 대한 경계심'만큼은 여전히 유효하다. 시스템은 변할 수 있지만, 힘의 우위에서 오는 폭력을 경계해야 한다는 개인의 성찰은 시대를 관통하는 숙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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